[1] 선행 처분행위로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이루어진 후행 처분행위가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및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한 행위가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피해자 갑 종중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 을이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돈을 차용하기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후 피고인 을, 병이 공모하여 위 토지를 정에게 매도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토지 매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가)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가) 타인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선행 횡령행위로 인하여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 이상, 그 이후에 이루어진 당해 부동산에 대한 별개의 근저당권설정행위나 당해 부동산의 매각행위 등의 후행 횡령행위는 이미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한 부동산 전체에 대하여 다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것이 논리상 자연스럽다.
(나)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미약하여 과도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후행 횡령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일반인으로서도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함이 마땅하다고 여길 만하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처벌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지 아니하고도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러한 해석을 하려면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보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충분하다.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가) 형법 제355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횡령죄는 재물의 영득을 구성요건적 행위로 삼는다는 점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같은 조 제2항 의 배임죄와 구분되는데, 재물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는 피해자의 소유권 등 본권에 대한 전면적 침해를 본질적 내용으로 하므로 그러한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횡령행위가 있을 경우 이미 그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그 소유권 등의 객체인 재물의 전체에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단 위와 같은 횡령죄가 성립한 후에는 재물의 보관자에 의한 새로운 처분행위가 있다고 하여 별도의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이 발생할 수 없음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나)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그 부동산의 일부 재산상 가치를 신임관계에 반하여 유용하는 행위로서, 즉 배임행위로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해당 부동산을 재물로서 불법적으로 영득할 의사로, 즉 횡령행위로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라면, 이러한 횡령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그때 이미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전체에 미치게 되고, 이 경우 후행 처분행위에 의한 추가적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법논리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2] 피해자 갑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의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 을이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돈을 차용하기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후 피고인 을, 병이 공모하여 위 토지를 정에게 매도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고 위 토지 매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2항 [2] 형법 제30조 , 제355조 제1항
[1]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공1997상, 264)(변경) 대법원 1997. 1. 20. 선고 96도2731 판결(변경)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공1998상, 948)(변경) 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공1999상, 1114)(변경)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공2000상, 109)(변경)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공2000상, 1117)(변경)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공2003상, 123)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636 판결(변경)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5도8699 판결(변경)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법무법인 정언 담당변호사 권성환 외 4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 (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그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 대법원 1997. 1. 20. 선고 96도2731 판결 ,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 , 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5 판결 ,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636 판결 ,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5도8699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1은 1995. 10. 20.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위 종중 소유인 파주시 적성면 (이하 주소 1 생략) 답 2,337㎡, (이하 주소 2 생략) 답 2,340㎡(이하 위 두 필지의 토지를 합하여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기 위한 돈을 차용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5. 11. 30. 채권최고액 1,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2003. 4. 15. 채권최고액 75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한 사실, 그 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09. 2. 21. 이 사건 토지를 공소외인에게 1억 9,300만 원에 매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의 이 사건 토지 매도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관하여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면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선고된 이에 반대되는 취지의 많은 대법원 판결들을 변경하려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그대로 찬동할 수 없다.
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예를 들어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는 자가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바꾸려고 하는 의사를 가지고 그러한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9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횡령죄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듯이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경우 불가분적으로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나 소유권 상실의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이고, 그로써 부동산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한편 횡령행위가 완료된 후 이루어진 횡령물의 처분행위는 그것이 먼저 이루어진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면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2999 판결 ,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93 판결 등 참조).
이처럼 타인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선행 횡령행위로 인하여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 이상, 그 이후에 이루어진 당해 부동산에 대한 별개의 근저당권설정행위나 당해 부동산의 매각행위 등의 후행 횡령행위는 이미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한 부동산 전체에 대하여 다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것이 논리상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은 비록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제시·설명하고는 있으나, 요컨대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타인의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이라는 선행 횡령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당해 부동산에 대한 별개의 근저당권설정행위 또는 당해 부동산의 매각행위는 원칙적으로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것이고,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위험이라는 것은 결국은 당해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므로, 후행 횡령행위가 이와 별개의 부동산 소유권에 대한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켰거나 별개의 부동산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 아닌 이상, 후행 횡령행위를 원칙적으로 선행 횡령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보지 아니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이는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판례는 그 변경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비록 판례의 변경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고 국민이 그에 따른 법률관계의 변화를 감수할 것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그렇다. 그래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고 국민이 판례를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어 판례가 진정한 규범력을 가지게 된다. 법률 규정에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그 해석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일정한 방향으로 대법원 판례가 축적된 경우에는 그 판례 변경에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해당 법률 규정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그로 인하여 법적 안정성이 희생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다소 낫다거나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종래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오던 행위를 법률 해석을 통하여 새로 처벌대상에 포섭하는 내용의 판례 변경은 이미 종료된 행위까지 소급입법을 통하여 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갖는 취지나 의미에 비추어 더욱 삼갈 필요가 있고, 당해 행위의 반사회성이 분명하여 가벌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통상의 수범자라면 기존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함이 마땅하다고 여길 만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아가 불가피한 필요에 따라 기존의 판례를 바꾸는 경우에도 그 범위는 되도록 제한적으로 하여야 하고, 가볍게 원칙과 예외를 뒤바꾸거나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동안 줄곧 부동산 명의수탁자가 수탁부동산에 관하여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행한 횡령행위는 그 등기를 경료하였을 때 완성되고, 이후에 다시 당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이를 매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횡령물의 처분행위로서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해 왔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이와 같이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에 의하여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하던 행위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함으로써 이를 원칙적인 처벌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횡령죄의 구성요건이나 보호법익, 성격 및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판례의 견해 등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는 행위’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형법 상 횡령죄 처벌규정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정의관념에 다소 반하거나 횡령죄 처벌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후행 횡령행위를 모두 선행 횡령행위와 별도로 처벌하는 것이 기존의 축적된 대법원 판례를 전면적으로 바꾸어 그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을 해쳐도 좋을 정도로 우월한 가치를 가진다거나 선행 횡령행위와 별도로 반드시 처벌해야 할 만큼 후행 횡령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명백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이와 같은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을 들면서 기존에 축적된 많은 대법원 판결들의 견해를 광범위하게 변경하려는 것은 매우 부당하여 찬성할 수 없다.
다. 다만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선행 횡령행위로 생긴 소유권 침해가 회복된 후에 행해진 후행 횡령행위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별도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78. 11. 28. 선고 78도2175 판결 ,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 ,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등 참조),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미약하여 과도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후행 횡령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행위의 반사회성이나 가벌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일반인으로서도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함이 마땅하다고 여길 만하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처벌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지 아니하고도 이러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이러한 해석을 하려면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보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변경함으로써 충분할 것이다. 즉 다수의견이 변경하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들은 위와 같이 처벌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경우까지 후행 횡령행위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고, 설령 변경할 필요가 있더라도 위와 같은 경우까지 후행 횡령행위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범위 내에서만 변경하면 된다. 나아가 위 대법원 판결들 중 적어도 대법원 1997. 1. 20. 선고 96도2731 판결 ,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310 판결 ,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5도8699 판결 등은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상당하여 이를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 혹은 후행 횡령행위가 초래하는 위험이 선행 횡령행위로 발생한 위험에 비하여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 후행 횡령행위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것이 상당한 사안에 관한 판결이므로 이를 변경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이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5. 11. 30. 채권최고액 1,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나 2003. 4. 15. 채권최고액 75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비록 이 사건 토지 전체의 소유권을 침해할 위험을 초래한 것이어서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지만, 그로 인하여 초래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미약하여 과도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못 볼 바 아니고, 이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 사건 토지를 1억 9,300만 원에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는 위와 같은 선행의 근저당권설정행위로 발생한 위험보다 월등히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법익침해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선행 횡령행위에 의하여 이미 평가되어 버린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보기는 마땅치 않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토지 매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결의 결론은 수긍할 만하다.
라. 이상과 같이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반대하지 아니하나, 그 이유는 달리함이 옳다고 본다. 이에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5.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선행 처분행위로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뒤 새로운 처분행위가 이루어졌을 때 그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어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후행 처분행위가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일단 횡령죄가 완성되었다고 하였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아예 해당 부동산 전체를 매각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하는 것은 선행 횡령행위인 근저당권설정행위로 인하여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를 낳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형법 제355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횡령죄는 재물의 영득을 그 구성요건적 행위로 삼는다는 점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같은 조 제2항 의 배임죄와 구분되는데, 재물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는 피해자의 소유권 등 본권에 대한 전면적 침해를 본질적 내용으로 하므로 그러한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횡령행위가 있을 경우 이미 그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그 소유권 등의 객체인 재물의 전체에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단 위와 같은 횡령죄가 성립한 후에는 재물의 보관자에 의한 새로운 처분행위가 있다고 하여 별도의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이 발생할 수 없음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다수의견은, 부동산에 대한 선행 처분행위인 근저당권설정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면서도, 같은 부동산에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그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후행 처분행위는 선행 횡령행위를 통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하나, 본래 해당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행위가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한 횡령죄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그 행위를 둘러싼 여러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근저당권설정행위가 단순한 일부 재산상 가치의 유용이 아니라 재물로서 해당 부동산 전부에 대한 불법영득의사의 객관적 표현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이고, 결국 어떠한 처분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 횡령 대상물에 대한 가벌적인 추가적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가 가능하다는 것 사이에는 양립불가능한 법률적 평가의 모순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선행 처분행위의 횡령죄 성립과 후행 처분행위의 처벌가능성을 동시에 긍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모순관계를 도외시한 채 후행 처분행위에 대한 처벌필요성에만 주목한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다수의견은 여기에 더하여 그 내용이나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는 문구를 통해 후행 처분행위의 처벌가능성에 대한 예외를 상정함으로써 불명확성까지 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요컨대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그 부동산의 일부 재산상 가치를 신임관계에 반하여 유용하는 행위로서, 즉 배임행위로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해당 부동산을 재물로서 불법적으로 영득할 의사로, 즉 횡령행위로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라면, 이러한 횡령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그때 이미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전체에 미치게 되고, 이 경우 후행 처분행위에 의한 추가적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법논리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인의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에 따른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까지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선행행위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횡령행위가 아니라 그 부동산의 일부 재산상 가치를 유용한다는 배임행위로서 이루어졌을 때에만 가능하므로, 대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더라도 후행 처분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논리를 그대로 수긍할 것이 아니라, 선행 근저당권설정행위가 횡령죄가 아닌 배임죄를 구성하는 조건에서만 후행 처분행위의 처벌가능성이 긍정됨을 지적하여 그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함으로써 원심으로 하여금 선행 처분행위가 과연 횡령행위로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배임행위에 그친 것인지를 추가로 심리·판단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다시 따져보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일 종전 판례들 가운데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그 범의나 행위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무조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이 있다면, 위와 같은 법리에 배치되는 한도 내에서 해당 판례를 변경할 필요도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이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