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5두8269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5두826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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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무효등확인청구][공2008상,320]

판시사항

[1]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의미

[2] 한국마사회의 조교사 및 기수 면허 부여 또는 취소가 행정처분인지 여부(소극)

[3] 한국마사회가 조교사 또는 기수에 대하여 면허 취소·정지 등의 제재를 과하는 경우 징계권 남용의 판단 기준

[4]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징계처분이 사후에 법원에 의하여 무효로 판정되었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을 구성하는 고의·과실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

판결요지

[1]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단체 등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사항에 관하여 직접 효력을 미치는 공권력의 발동으로서 하는 공법상의 행위를 말하며, 그것이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단체 등의 행위가 아닌 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2] 한국마사회가 조교사 또는 기수의 면허를 부여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경마를 독점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지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경마에서의 일정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거나 이를 박탈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국가 기타 행정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행정권한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사법상의 법률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체 내부에서의 징계 내지 제재처분이다.

[3]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에서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 그 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아니며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의 존재가 요구되므로 경미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혹한 제재를 과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징계권 남용의 판단 기준은 한국마사회가 그로부터 면허를 받은 조교사 또는 기수에 대하여 면허 취소·정지 등의 제재를 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4]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징계의 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의 징계 경중에 관한 관련 법령의 해석 잘못에 불과한 경우에는 그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징계위원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없으며, 또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처분을 할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이나 근로자의 비위행위 등의 정도, 불이익처분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그 비위행위 등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소정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서 당해 불이익처분을 한 것이라면,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하면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비록 당해 불이익처분이 사후 법원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과실이 없다. 이러한 법리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처분과 그 구조가 유사한 기수 및 조교사 면허 취소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김정주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국마사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병섭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마사회장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1. 피고 한국마사회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이 사건 기수 및 조교사 면허 취소가 행정처분인지에 관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단체 등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사항에 관하여 직접 효력을 미치는 공권력의 발동으로서 하는 공법상의 행위를 말하며, 그것이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단체 등의 행위가 아닌 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9. 11. 26.자 99부3 결정 , 대법원 2004. 3. 4.자 2001무49 결정 등 참조).

원심은, 피고 한국마사회는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원활한 보급을 통하여 마사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국마사회법 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위 법에 따르면 그 업무에 관하여 농림부장관( 한국마사회법 이 2001. 1. 29. 법률 제6400호로 개정되기 전인 이 사건 면허 취소 당시에는 문화체육부장관이었다)의 감독을 받고, 경마시행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한 규약을 정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농림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하여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이는 경마사업의 중요성과 공공성을 감안하여 국가가 이에 대해 지도·감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에 불과할 뿐 위와 같은 규정들이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피고 한국마사회의 조교사·기수 면허 취소를 공법적 권력관계로 파악할 수는 없고, 오히려 한국마사회법 과 이에 근거한 피고 한국마사회의 경마시행규정 및 그 시행세칙에 의하더라도 피고 한국마사회가 국가로부터 행정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는다는 근거규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점, 피고 한국마사회가 행한 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으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의한 구제절차를 밟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점, 경주마의 조교 또는 기승을 하고자 하는 자는 피고 한국마사회로부터 조교사 또는 기수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그 면허의 요건 및 취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일체를 피고 한국마사회가 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한국마사회가 조교사 또는 기수의 면허를 부여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경마를 독점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지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경마에서의 일정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거나 이를 박탈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국가 기타 행정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행정권한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사법상의 법률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체 내부에서의 징계 내지 제재처분으로 봄이 상당하다 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과 같이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및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없다.

나. 징계권 남용 여부에 관하여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에서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 그 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아니며 징계사유와 징계처분과의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의 존재가 요구되므로 경미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혹한 제재를 과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인바 ( 대법원 1991. 12. 13. 선고 90다18999 판결 등 참조) , 이와 같은 징계권 남용의 판단 기준은 한국마사회가 그로부터 면허를 받은 조교사 또는 기수에 대하여 면허취소·정지 등의 제재를 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다음과 같은 판단, 즉 원고가 전직 동료기수 소외 1 등과 어울리면서 경마고객인 소외 2 등으로부터 식사 및 술과 안주 등의 향응을 받은 것은 조교사 및 기수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으로 경마시행규정이 정하는 제재사유인 품위를 손상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채용증거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전후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소외 1에게 이용당한 측면이 강하고 그 과정에서 경마고객에게 경마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조교사 및 기수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경마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요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 한국마사회가 원고에게 과할 수 있는 제재 중 가장 무거운 조교사 및 기수의 면허 취소를 선택한 것은 사회통념상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이러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과 같이 징계 내지 제재처분에 있어서 재량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의 피고 한국마사회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경주협력금의 성격 및 지급주체에 관하여

원심이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따르면, 피고 한국마사회는 농림부장관이 승인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경마 시행의 결과에 따라 마주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외에 마주 단체 및 조교사·기수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실,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 관리를 위탁하고 위탁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상금과 지원금의 일부를 지급하며, 다시 조교사는 기수와 기승계약을 체결하고 상금과 지원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사실, 이에 따라 원고도 1999. 7. 31. 조교사 이용준과 기승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경기에 출주하여 상금을 받는 경우에 경주기승료 등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포함하여 기록에 나타난 경마의 시행구조 및 상금·지원금 지급체계, 기승계약의 내용과 효력(원고와 조교사 사이의 기승계약은 이 사건 기수 및 조교사 면허 취소 전에 이미 해지된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해 보면, 통상적으로 기수들이 수령하는 경주협력금에 기본생계비 및 복리후생비의 성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실질적으로는 기수가 피고 한국마사회 소속의 근로자로서 지급받는 급료에 해당한다거나 또는 기수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당연히 피고 한국마사회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1, 2점의 주장과 같이 경주협력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나.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징계의 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의 징계 경중에 관한 관련 법령의 해석 잘못에 불과한 경우에는 그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징계위원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또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처분을 할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이나 근로자의 비위행위 등의 정도, 불이익처분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그 비위행위 등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소정의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소정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서 당해 불이익처분을 한 것이라면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함에 있어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비록 당해 불이익처분이 사후 법원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처분과 그 구조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사건 기수 및 조교사 면허 취소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피고 한국마사회가 원고에게 제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기수 및 조교사 면허를 취소한 것은 단순히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에 불과할 뿐 거기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 제3점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한편, 원고는 원심판결 중 피고 한국마사회장에 대한 패소 부분에 관하여도 상고를 하였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그러므로 원고와 피고 한국마사회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 각자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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