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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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지)][공2005.3.1.(221),294]

판시사항

[1] 국제재판관할 결정시 판단 기준

[2]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는 자가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에 등록·보유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에 대한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의 이전 판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 관하여 분쟁의 내용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는 자가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에 등록·보유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에 대한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의 이전 판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 관하여 분쟁의 내용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수)

피고,피상고인

후렛트 팩커드 컴퍼니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19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인정 및 판단

가. 원심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아래와 같은 요지의 기초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웹디자이너로서 1999. 11. 23. 인터넷 도메인 이름 "hpweb.com"(이하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라고 한다)을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registrar)인 네트워크솔루션사(Network Solution Inc., "NSI". 이하 '네트워크솔루션'이라고 한다)에 등록하였다.

(2) 원고는 "digitalcouple.com"이라는 도메인 이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였는데, 위 웹사이트는 회원들에게 이메일(E-mail) 주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회원들은 원고가 미리 등록하여 보유하고 있는 약 450개의 도메인 이름 중에서 원하는 도메인 이름을 선택하여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이 사건 도메인 이름도 그러한 도메인 이름 중의 하나이다.

(3) 한편, .com, .org, .net 등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에 대한 등록기관을 지정하는 등 인터넷주소를 관리하는 국제기구인 인터넷주소관리기구(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ICANN". 이하 '아이칸'이라고 한다)는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이 아닌 제3자와 등록자 사이에 발생하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해결정책'이라고 한다) 및 그 절차규정(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절차규정'이라고 한다)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강제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반최상위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려는 자는 등록기관에 대하여 위 해결정책에 의한 분쟁의 해결에 동의하여야 하며 위 규정들은 아이칸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가) 해결정책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아이칸이 채택한 해결정책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자가 당사자가 된 강제적 행정절차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판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나) 해결정책 제4조 a항(적용대상분쟁) : 신청인이 분쟁해결기관에 대하여 다음 세 가지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에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는 강제적 행정절차에 따라야만 하고, 강제적 행정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세 가지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여야만 한다.

① 도메인 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

②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에게 당해 도메인 이름에 관한 권리나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지 않다.

③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가 당해 도메인 이름을 악의적으로 등록·사용하고 있다.

(다) 해결정책 제4조 b항(악의에 의한 등록 및 사용의 증거) ⅳ호 :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여, 보유자의 웹사이트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출처, 후원, 제휴 또는 보증에 관하여 신청인의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혼동을 초래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자의 웹사이트 또는 다른 온라인 장소로 유인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경우에는 악의로 도메인 이름을 등록·사용한다는 증거가 된다.

(라) 해결정책 제4조 k항(법원소송절차의 이용가능성) :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 강제적 행정절차요건들은,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 또는 행정절차 신청인이 강제적 행정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나 종결된 후에 강제적 행정절차와는 별도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제소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패널(Administrative Panel)이 도메인 이름의 등록말소나 이전을 명하는 판정을 내린 경우에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은 행정패널로부터 그 판정을 통보받은 때로부터 10 영업일 동안 기다렸다가 그 판정을 집행한다. 그 10 영업일 이내에 해당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하여, 신청인이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에 의하여 복종하기로 진술한 관할법원(일반적으로는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또는 등록기관의 후이즈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도메인 이름 보유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 중 하나이다.)에 소를 제기하였다는 공식 문서(가령 법원서기관 등의 소제기 증명서 등)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등록기관은 위 판정을 집행한다. 만약 10 영업일 이내에 위 공식 문서가 제출된 경우에는 등록기관은 위 판정의 집행을 보류한다.

(마) 절차규정 제1조(정의) : 상호관할권이란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또는 등록기관의 후이즈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도메인 이름 보유자의 주소지에 위치한 법원의 관할권을 의미한다.

(바)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 : 신청인은 신청서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말소 또는 이전을 명하는 강제적 행정절차에서의 판정에 대한 불복과 관련하여, 상호관할권이 있는 법원 중 최소한 하나의 특정 법원의 관할권에 복종할 것을 진술하여야 한다.

(4) 피고는 위 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 "NAF". 이하 '국가중재위원회'라고 한다)에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는데, 위 신청 당시 피고는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에 따라 피고가 복종할 관할법원으로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인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시(Virginia, Herndon)를 관할하는 법원을 선택하였다. 위 신청에 대하여 원고는 2000. 8. 18. 답변서를 제출하여 다투었다.

(5)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피고는 'HP'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23개의 상표를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하여 두고 있고, 컴퓨터 관련 제품(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린터 등)에 위 표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알려진 전세계적인 컴퓨터망과 폭넓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피고의 직원들이 'HPWEB'으로 알려진 내부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표장인 'HP'는 주지·저명하고 식별력이 있어 법률상 고도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사실을 인정한 후, 해결정책 제4조 a항에 따라 ①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은 피고의 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② 원고에게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과 관련하여 권리 또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없으며, ③ 원고의 웹사이트가 피고의 표장과 출처, 후원, 제휴, 보증관계에 있는 것으로 혼동을 초래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를 유인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한 경우로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에 대한 원고의 악의적인 등록·사용이 추정되는데 원고가 위 추정을 번복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판정(이하 '이 사건 판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6) 원고는 이 사건 판정에 불복하여 해결정책 제4조 k항에 따라 이 사건 판정 후 10 영업일 이내인 2000. 9. 18. 제1심법원(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나, 피고가 위 해결정책에 따른 신청을 할 당시 절차규정 제3조 b항 xiii호에 따라 피고가 복종할 관할법원으로서 네트워크솔루션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법원인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시(Virginia, Herndon)를 관할하는 법원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제1심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판정의 집행을 유보시키기 위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관할법원이 아니었고, 따라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은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 9. 29. 이 사건 판정에 따라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여 주었다.

나.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피고의 주장 및 그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판정에 의한 도메인 이름의 이전은 불법 또는 부당한 이전에 해당하므로 피고에게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보유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원고에게 다시 이전하라고 청구하고, 또한 선택적으로, 원고가 여전히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임을 전제로 하여 피고에게 상표권에 기한 침해금지청구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강제적 행정절차에 의한 판정을 신청할 당시 신청서에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인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시(Virginia, Herndon) 법원의 관할권에 복종할 것을 진술하였고 해결정책 제4조 k항에 의하면 도메인 이름의 보유자는 신청인이 신청서에서 복종하기로 진술한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는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고 다툰다.

(2) 원심의 판단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관한 법원의 국제재판관할 유무는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한 바, 이 경우 우리 나라의 민사소송법 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은 위와 같은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대한민국에 있을 때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하는 것이 조리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원고의 주소지는 ① 불법행위지, ② 원상회복의무 이행지, ③ 재산권 소재지이어서 민사소송법 상의 토지관할이 인정되고, 또한 ④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여 영업을 영위하는 곳이자 피고가 주장하는 상표권 침해행위가 이루어진 곳이어서 이 사건은 대한민국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원고의 주소지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첫째로, 원고가 주장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해행위지 및 결과발생지가 모두 미국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둘째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피고에게로의 이전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의무의 이행지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기관 소재지인 미국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셋째로 원고와 등록기관 사이의 이 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관계는 민법 상의 위임관계 또는 그와 유사한 관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원고의 이 건 도메인 이름에 관한 권리는 원고와 등록기관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채권 또는 그와 유사한 권리라고 할 것인데, 채무자인 등록기관의 주소지가 미국이므로 원고의 이 건 도메인 이름에 관한 권리라는 재산의 소재지도 미국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넷째로 2001. 4. 7. 전문 개정된 국제사법 제2조 가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관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이라는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하여 재판관할권이 대한민국 법원에 있을 때에는 제1심법원의 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민사소송법 상의 관할규정에 의할 때 재판관할권이 대한민국 법원에 없다는 점, 소극적 당사자인 피고의 주소지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리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 등록기관 소재지 법원이 도메인 이름의 이전을 명하는 판결을 할 경우 등록기관이 그 소재지국 법원의 판결을 거부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결의 실효성 측면 및 도메인 이름과 관련된 분쟁에서 당사자 간의 공평이라는 소송절차상의 정의, 재판의 적정·신속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또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당해 도메인 이름의 등록기관 소재지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결국 이 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은 제1심법원에 있지 않다고 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섭외적인 요소를 갖는 분쟁의 해결에 관하여 국가를 단위로 어느 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갖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인데, 이에 관하여는 현행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문 개정된 것) 제2조 가 일반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나 그 부칙 제3조는 동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에 관하여는 동법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따라서 위 법 시행 이전에 제소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한 이 사건에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일반조항인 동법 제2조 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그 밖에는 국제재판관할을 직접 규정하는 법규가 없고 또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명확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에 관한 기본이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국제사법 제2조가 제1항 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2항 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 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조항의 내용 역시 위와 같은 일반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돌이켜 이 사건 분쟁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소송은 강제적 행정절차 및 그 절차규정에 따라 도메인 이름을 이전하라는 행정패널의 판정이 내려진 이후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가 그 등록자 명의를 되찾는 것을 주목적으로 제기한 것인 바, 법기술적으로 어떠한 소송유형이 가능한지에 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이 소송에서 문제되는 실체 판단의 요체는 결국 도메인 이름 선등록자의 등록·이용행위가 오프라인상의 피고의 기존 지적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것인지의 여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인 원고는 행정패널의 판정이 내려져 집행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내의 자신의 주소지를 사업 중심지로 삼아 회원들에게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포함한 여러 도메인 이름들을 이메일 주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영위하면서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웹사이트의 주된 이용언어는 한국어이었으며 그 주된 서비스권역 역시 대한민국이었던 것으로 보여지며,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이전 판정으로 인하여 영업상의 손해가 발생한 곳 역시 원고의 사업본거지이므로, 과연 그러한 이용행위가 침해행위인지 여부 및 손해의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증거들은 모두 대한민국에 소재한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분쟁이 된 사안과 대한민국 사이에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 할 것이다. 위 절차규정 제1조가 행정패널의 판정의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관할로서 신청인이 선택가능한 관할인 상호관할을 정의하면서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법원과 함께 도메인 이름 등록인의 주소지 법원을 나란히 열거하고 있는 것은 강제적 행정절차에 따른 판정을 신청할 당시를 기준으로 볼 때 등록인이 소극적 당사자라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도메인 이름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의 주소지는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와 함께 도메인 이름에 관한 분쟁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피고가 해결정책에 따른 판정을 신청할 당시에 원고의 주소지를 중심지로 하는 영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자신이 지정한 상호관할지 법원 이외에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도 있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법정지에 따른다는 전통적인 재판관할의 기본원칙에 따라 피고의 본거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재판관할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중첩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분쟁의 실질적인 내용 기타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이 이 사건 분쟁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을 행사하기에 현저히 부적절한 법정지국이라고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또한, 해결정책이 등록기관을 매개로 등록자와 행정패널에 의한 판정을 신청하는 자의 순차적인 동의에 의하여 구속력을 갖추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해결정책 제4조 k항은 강제적 행정절차와는 별도로 양쪽 당사자들이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도메인 이름 등록자와 판정을 신청한 자 사이에 위 절차규정에 따라 선택된 상호관할법원을 당해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전속적 관할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단지 행정패널에 의한 판정에 불복을 구하는 등록자가 신청자에 의하여 선택된 상호관할지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경우 그 불복을 구하는 판정의 집행을 정지시킬 기회를 상실한다는 효과가 있을 뿐이며, 그 불복을 구하는 소송에 관하여 당해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재판관할에 대한 법리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이러한 법리에 따를 때 이 사건의 경우에도 상호관할지 법원 중 피고가 선택한 등록기관 소재지 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상호관할에 관한 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의 조항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위에서 본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윤재식 이규홍 김영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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